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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착륙 직전 갑자기 하늘로 솟구치는 비행기! '고어라운드(복행)'의 공학적 이유와 안전성

by tikahgrelor 2026. 3. 24.

Klook.com

긴 비행 끝에 창밖으로 익숙한 풍경과 활주로가 눈에 들어옵니다. "아, 이제 드디어 다 왔구나" 하고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안심하는 바로 그 순간. 갑자기 엔진이 찢어질 듯한 굉음을 내며 롤러코스터처럼 비행기가 다시 하늘로 맹렬하게 치솟아 오릅니다.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고, 객실 안은 웅성거리기 시작하죠. 혹시 비행기에 큰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걱정되시나요?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여러분이 방금 겪으신 이 아찔한 경험은 사고의 징조가 아니라 여러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조종사의 가장 완벽하고 안전한 결정입니다.

 

오늘은 여행자분들이 기내에서 가장 큰 공포를 느끼는 순간 중 하나인 '고어라운드(Go-around, 복행)' 현상에 대해 조종실의 시선과 공학적 원리로 자세히 파헤쳐 보겠습니다. 비행 공포증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오늘 글이 큰 위안이 되실 겁니다.

골든아워의 공항 활주로 상공에서 대형 쌍발 여객기가 랜딩기어를 내린 채 기수를 급히 들어 고어라운드하는 순간을 망원 구도로 담은 이미지

 


1. 바퀴가 닿기 직전, 엔진이 굉음을 내며 기수가 들리는 공포의 10초

랜딩 기어(바퀴)가 내려가는 둔탁한 소리가 들리고, 창밖의 건물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진 고도. 승객들은 이제 착륙 충격에 대비해 몸에 힘을 주게 됩니다. 그런데 갑자기 기수가 위로 홱 들리며, 이륙할 때나 듣던 엄청난 엔진 출력이 다시 기내를 강타합니다. 승객 입장에선 영문도 모른 채 겪게 되는 '공포의 10초'죠.

 

이 순간 조종실(Cockpit)에서는 조종사가 스로틀 레버(Thrust Lever)를 끝까지 밀어 올리며 "고어라운드(Go-around)!"를 외치고 있습니다. 착륙을 위해 속도를 한껏 줄여두었던 무거운 기체를 다시 공중으로 띄워야 하므로, 기체 내장 컴퓨터와 엔진은 순간적으로 최대 추력(TOGA: Take-off/Go-around thrust)을 발휘하게 됩니다. 우리가 느끼는 급격한 중력 변화와 엔진 굉음은 기체가 고장 나서가 아니라, 비행기가 중력을 이겨내고 안전한 고도로 신속하게 도망치기 위해 아주 정상적으로 내뿜는 '폭발적인 파워'인 셈입니다.

 

2. 고어라운드는 실패가 아니다: 항공 안전 매뉴얼이 보장하는 최후의 생명줄

흔히 착륙을 한 번에 하지 못하면 '착륙 실패'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서 고어라운드는 절대 실패가 아닙니다. 오히려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착륙 안전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아주 훌륭한 '안전 절차' 중 하나입니다.

이들 기관의 조종사 매뉴얼에는 '안정된 접근(Stabilized Approach)'이라는 엄격한 기준이 있습니다. 착륙 직전 특정 고도(일반적으로 1,000피트 또는 500피트)에 도달했을 때, 비행기의 속도, 강하율, 엔진 출력, 활주로와의 정렬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면 "무조건 착륙을 포기하고 복행하라"고 강제하고 있습니다.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하다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시스템적으로 보장해 둔 최후의 생명줄인 것이죠.

 

3. 원인 1: 레이더에도 안 잡히는 투명한 불청객, 윈드시어(Windshear)와 하강 기류

그렇다면 조종사들은 왜 다 와서 착륙을 포기하는 걸까요? 가장 대표적이고 위험한 원인은 바로 윈드시어(Windshear, 급변풍)입니다. 특히 제주공항으로 여행 가실 때 윈드시어 특보 때문에 지연이나 복행을 겪어보신 분들 많으실 텐데요.

 

윈드시어는 비행기 주변의 바람 방향과 속도가 갑자기 확 바뀌는 현상입니다. 착륙 직전 고도가 낮고 속도가 느린 상태에서 강한 하강 기류나 뒷바람을 맞게 되면, 비행기를 띄워주는 힘(양력)이 순식간에 사라져 기체가 땅으로 곤두박질칠 위험이 있습니다. 최신 기상 레이더로도 완벽히 예측하기 힘든 이 투명한 불청객을 만났을 때, 기체의 경보 시스템이 울리거나 조종사가 기류의 불안정을 감지하면 즉시 고어라운드를 실시해 위험 구역을 탈출하게 됩니다.

 

4. 원인 2: 앞서 착륙한 비행기가 활주로를 제때 비워주지 못했을 때의 관제탑 지시

공항이 붐비는 시간대에는 비행기들이 1~2분 간격으로 꼬리를 물고 착륙합니다. 이때 앞서 착륙한 비행기가 예기치 못한 이유(타이어 문제, 브레이크 과열, 유도로 착각 등)로 활주로를 제때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관제탑: "Korean Air 123, Go around. Traffic on the runway." (대한항공 123편, 복행하라. 활주로에 다른 항공기 있음)
  • 조종사: "Going around, Korean Air 123."

이처럼 관제탑은 레이더와 육안으로 활주로 상황을 주시하다가, 충돌 위험이 아주 조금이라도 예상되면 가차 없이 착륙 포기 지시를 내립니다. 내가 탄 비행기의 조종이나 기상 문제가 전혀 없었음에도 갑자기 복행을 한다면, 대부분 이렇게 '앞차와의 안전거리 확보'를 위한 조치입니다.

 

5. 복행 후 비행기는 어디로 갈까? 공중 대기(홀딩) 장주 비행의 궤적 패턴

하늘로 다시 솟구친 비행기는 무작정 날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관제탑의 통제에 따라 미리 약속된 안전한 궤적, 즉 '실패 접근 절차(Missed Approach Procedure)'를 따라 비행합니다.

보통은 고도를 올려 공항 주변을 크게 한 바퀴 도는 '장주 비행'을 하거나, 관제사가 지정해 준 공중 대기 지점(Holding Fix)으로 이동해 육상 트랙 모양으로 빙빙 돌며 대기합니다. 이 시간 동안 조종사는 앞서 발생했던 기상 악화가 지나가길 기다리거나, 활주로가 정리되기를 기다리며 착륙을 다시 준비하죠. 보통 첫 고어라운드 후 재착륙까지는 약 15분에서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정리]

착륙 직전 갑자기 하늘로 솟구치는 고어라운드(복행)는 결코 조종사의 실력 부족이나 기체의 고장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윈드시어 같은 악천후나 활주로 혼잡 등 통제할 수 없는 위험 상황 속에서, 수백 명의 승객을 가장 안전하게 지켜내기 위한 조종사의 기민하고 철저한 매뉴얼 이행의 결과입니다. 다음에 비행기를 탔을 때 롤러코스터처럼 기체가 다시 치솟더라도 너무 놀라지 마세요. 속으로 '아, 우리 기장님이 안전을 위해 최고의 판단을 하셨구나!' 하고 여유롭게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FAQ] 자주 묻는 질문 3가지

Q1. 고어라운드를 하다가 비행기 연료가 다 떨어지면 어떡하나요?

A: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모든 여객기는 법적으로 출발 전 연료를 계산할 때, 목적지 공항에서 착륙을 포기하고 '교체 공항(Alternate Airport)'까지 날아갈 수 있는 연료와 그곳에서 다시 상공을 45분간 대기할 수 있는 비상 연료를 의무적으로 채운 상태에서만 이륙할 수 있습니다.

 

Q2. 조종사가 고도를 잘못 맞추는 등 조종 실수 때문에 복행을 하기도 하나요?

A: 네, 그럴 수도 있습니다. 강한 측풍 때문에 기체가 활주로 중앙선에서 조금 벗어났거나, 진입 속도가 살짝 빨라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도 무리하게 착륙하지 않고 복행합니다. 하지만 이는 비난받을 '실수'라기보다는, 매뉴얼에 명시된 '안정된 접근'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과감히 재시도를 택하는 칭찬받아 마땅한 '안전 비행 습관'입니다.

 

Q3. 비행기가 두 번, 세 번 연속으로 고어라운드를 하면 어떻게 되나요?

A: 기상 악화 등으로 연속해서 고어라운드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조종사와 항공사는 승객의 안전과 남은 연료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플랜 B를 가동합니다. 무리하게 해당 공항 착륙을 고집하지 않고, 날씨가 더 좋은 인근의 '교체 공항(회항지)'으로 기수를 돌려 안전하게 착륙(Divert)하게 됩니다.